공자 왈 ‘아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딱 그런 시대입니다. 굳이 학위, 자격증이 없어도 자기만의 취미를 갖고 잘 노는 사람이 트렌드를 만드는 시대, ‘호모 루덴스’의 시대입니다.

어떤 일이든 노는 것처럼 즐기는 이들을 따라갈 수 없고, 잘 노는 이들이 혁신을 창출하는 지금.

호모 루덴스는 정확히 누구일까요?

호모루덴스 = 놀이하는 인간

인간 속성에 대한 정의는 다양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간은 합리적이고 생각하는 존재라는 관점,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대철학의 창시자인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출발해, 인간은 진리를 찾아 사유할 줄 아는 합리적인 존재라 판단하고 다른 동물과 차별화했죠.

그리고 19세기 자본주의 시대엔 ‘호모 파베르(Homo Faber)’의 속성이 강조됐습니다.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일하는 인간의 미덕이 중시된 시대죠.

그리고 21세기 지금의 인간상은 ‘호모 루덴스(Homo Ludence)’입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호이징가(J. Huizinga)가 제창한 개념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본질은 ‘놀이를 하는 것’이라고 명명했고, 이때 놀이는 단순히 논다는 의미보다 정신적인 창조 활동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호모 루덴스는 삶의 본질을 자유로운 ‘놀이’에서 찾고, 놀이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집중합니다.

지금 시대, 우리가 호모 루덴스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호모 루덴스, 삶의 질을 되찾기 위한 노력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죠. 경제규모 10위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대학 진학률 70%에 달하고 있지만, 반대로 고독사, 자살률과 같은 불명예스러운 지표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지금껏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 옳지 않았다는 걸 반증하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생산을 하고, 노동을 해야 인간다웠던 호모 파베르가 지배하는 세상은 어쩌면 ‘놀 줄 모르는 병든 시대’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호이징가는 호모 루덴스를 제시함으로써 병든 시대의 탈출구를 제시하고자 했고, 요즘 유행하고 있는 #자발적비혼 #워라밸 #소확행 #펀슈머 #키덜트 등의 신조어들은 삶의 질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호모 루덴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호모 루덴스는 진정한 행복을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바삐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게 바로 호모 루덴스의 매력이자, 호모 루덴스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호모 루덴스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사례들

호모루덴스 시대에서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움과 체험, 재미, 감성 등을 제공해 고객과 공동 경험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인간의 본능에 ‘놀이’가 있듯이 고객들은 끝없이 유희를 추구하고, 기업들은 호모 루덴스의 흥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해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즉 소비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공동의 경험을 형성해 소비자에게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일례로 팔도비빔면의 사례를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2019년 팔도가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을 기념해 팔도비빔면의 매운맛 버전 ‘괄도네넴띤’을 한정판으로 내놓았는데요. 팔도비빔면이라는 한글을 다르게 보면, 괄도네넴띤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인터넷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신조어인데, 인터넷에서 장난처럼 쓰이는 용어가 실제 제품명으로 출시되자 소비자는 새로운 시도에 열광했고, 그 분위기는 판매로 연결됐습니다.

팔도는 실제 소셜미디어나 너튜브(YouTube)에서 매운맛에 도전하는 놀이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을 제대로 활용했고, 기존 비빔면 대신 5배 맵게 출시된 ‘괄도네넴띤’ 또한 하나의 놀이 문화가 돼 제품 리뷰가 속속 올라오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결국 정식 상품으로 출시됐고, 밀레니얼 세대에 걸맞은 젊은 이미지로 브랜드 이미지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또,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배민)’은 총 500마리의 치킨을 걸고 배민 신춘문예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죠. 작년 대상 수상 경쟁률은 5500 대 1에 달했고, 대상 수상자에게는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치킨 365마리가 부상으로 수여됐답니다.

배민은 이외에도 최고의 치킨 전문가를 뽑았던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떡볶이 미식가 1인을 뽑는 ‘떡볶이 마스터즈’를 시행해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B급 문화를 내건 이른바 ‘배민다움’으로 재미를 주어 이용자에게 관심을 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소비를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놀이, 그리고 재미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이제 지면이나 화면을 통해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서 직접 참여하고, 같이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있어야만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게 됩니다.

성공적인 마케팅, 브랜딩을 위해서는 우선 호모 루덴스,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