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고, 사업자의 비전을 팀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입니다. 왜 간혹 퇴사하는 직원이, ‘이 회사의 비전이 보이지 않아서요.’란 말을 내뱉고 가는 경우도 흔하잖아요. 그만큼 한 사업체의 리더는 구성원과 끊임없이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비전 실현의 가능성을 높여야만 하는 미션을 갖고 있어요.

벽에 걸려있는, 누구도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그저 그런 비전이 아니라, 모든 팀원의 가슴속에 힘을 불어넣고, 동기부여할 수 있는 그런 비전말이죠.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인문학’을 통해서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인문학으로 비전을 공유하다

비전을 공유할 때 많은 리더가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는 ‘비전은 한 번만 설명해도 직원들이 찰떡같이 알아듣고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지 못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때, 인문학을 활용해보는 겁니다.

단순히 비전이나 전략, 목표를 숫자나 설명으로 전달하지 않고, 이야기(Story-telling)로 전달하는 거죠. 가령, 애플은 자사를 단순히 ‘컴퓨터를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라 ‘인류를 위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기업’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정하고,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직원, 나아가 고객과 소통하고자 했습니다. 애플의 예전 광고,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만 봐도 그들의 이상과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했죠.

“고객을 만족시키자”, “고객만족도를 몇% 올리자”라는 전달보다는 기업의 가치를 드러내는 유명한 일화,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리더나 구성원들의 모습 등 일상 속 이야기를 활용해 비전을 구성하고 전달하면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추상적, 압축적인 표현보다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비전을 만들어 보세요.

이외에도 인문학이 기업 경영에 꼭 필요한 이유는 더 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창의력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기업환경은 끊임없이 변하는 지금 이 세상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퍼스널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케이는 이런 말을 했죠.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미래를 창조하는 능력은 결국 창의력이고, 이 창의력의 토양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이제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능력, 창의적인 팀 관리 역량, 우수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고객과 직원의 내면적 요구를 이해하는 능력 등 인문학에서 배울 수 있는 역량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구글이나 픽사, 인텔, IBM과 같은 글로벌기업이 인문학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페이스북 또한 ‘우리가 기술 회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기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문학적 상상의 세계가 페이스북의 지향점임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인재를 확보하고, 나아가 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경우 채용 면접 시 “당신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을 평가하고 있으며, 존슨앤드존슨은 ‘다양성 대학(Diversity University’을 운영하면서 소수 인력이 조직 내에서 역량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가 기술 기반이니까 코딩, 개발 전공자를 더 우대하고 있진 않은지, 또 우리 회사가 인문학적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배려하는 회사인지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품 개발 및 디자인에도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무엇인가 진짜 잘 설계하려면 확실히 이해해야 합니다. 본질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완전히 파악하고야 말겠다는 열정으로 전념해야 합니다. 창의성은 그저 여러 가지를 연결하는 일입니다. 창의적인 사람에게 어떻게 했냐고 물으면 실제로 자기가 한일이 별로 없어서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저 무엇인가를 발견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해 보였을 뿐입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연관 지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합성해 냅니다.” 스티브 잡스,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는 과거의 경험을 새로운 분야에 연결해 창조적 조합을 하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무턱대고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파악하고 연결하라는 것이죠. 제품 개발에 있어서 최신 기술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인간의 본질적인 행동 패턴 및 직관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오랜 세월 인간이 물건을 다뤄온 방식, 감각기관으로 수집된 정보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 지식 전달 체계 등과 같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디자인의 기초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문학은 기술, 시각에만 치우칠 수 있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사이에서 인간의 본질적 특성에 부응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쌓은 인재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발전시켜나가면서 창의적이고 기발한 디자인과 컨셉을 도출해낼 수 있겠지요.

스타트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세상에 없던 솔루션도 사람의 머리에서 나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에 몰두하는 대신, ‘인문학적 관점’으로 돌아가 우리 회사, 우리 회사의 제품, 서비스, 고객을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